9월 29일(수)부터 10월 11일(월)까지 인사동 갤러리 단디에서 도예가 장미경 개인전 '호랑이'展이 개최된다.
그녀는 한국의 정신문화 형성에 깊이 영향을 미쳐온 샤머니즘을 흙이라는 제재를 통해 새롭게 바라본다. 경복궁 근정전의 월대 위에 놓인 '12지신 석상' 및 '단청' 그리고 상여에 쓰이는 '꼭두라는 한국 고유의 인형 문화야말로 이번 전시의 주요 모티브다.
장미경 작가는 자신을 호랑이 아티스트라 일컬을 만큼 호랑이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보통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영험하고 신격화된 존재로 용맹함과 강인함을 상징하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호랑이 '꼭두'는 이빨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전혀 무섭지 않다.
호랑이 꼭두가 우리에게 유난히 친근하게 다가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우선 장대한 원래의 몸짓이 작은 크기로 축소된 양상과 함께 호랑이의 활짝 웃는 표정을 꼽을 수 있다. 일련의 요인들은 해학의 정서를 기반으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힌다. 또한 성공적인 의인화가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강도 높은 친숙함은 원색적인 색감과 강렬한 무늬가 발산하는 마치 무화에서 느낄 법한 신령스러운 기운을 다소 약화한다.
장미경 작가에세 호랑이는 생명력 그 자체이며 삶의 궤적을 함께 그려나가는 동반자나 다름없다. 따라서 호랑이 꼭두에는 작가 자신의 오늘이 언제나 투영돼 있다. 그녀는 살아가는 동안 직면하게 되는 수많은 고민을 도예라는 전통적인 기법의 영역 안에서 매끄럽게 풀어낸다.
'호랑이'展은 과거부터 현시점까지 이어지는 수호와 길상(吉像)의 맥락 안에서 끊임없이 유의미한 울림들을 생성한다. 장미경 작가만의 현대적인 통찰에 입각해 재탄생된 호랑이 이미지가 궁금하다면 9월 29일(수)부터 10월 11일(월)까지 갤러리 단디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자. * 화요일 휴관
"나는 전통적인 작업을 좋아하는 성향을 가졌다. 대학원의 작품 논문으로는 귀면 벽걸이 제작에 관한 연구를 썼다. 그러나 작가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현재의 모습은 호랑이를 통해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은 끝이 없다. 호랑이는 한국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그리고 현재의 삶은 그 시대를 살아온 호랑이로 만들어진다. 점점 더 담백해지는 선과 형태들 그리고 서로의 어울림을 끌어내는 색의 조화, 그것은 소통을 원하는 작가의 방법일 것이다" - 장미경 작가노트 中
세계적 명성의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 브래드 리틀이 KBS 월드라디오를 통해 성우에 도전한다.
국내 유일 다국어 국제방송채널 KBS 월드라디오에서 매주 화요일 방송되는 <글로벌 오디오북 - 옛날 옛적에> 진행을 맡게 된 브래드 리틀은 영어로 번역된 한국의 다양한 전래동화를 맛깔난 구연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소개하는 영어 이야기꾼으로 활약할 예정이다.
24일 방송된 '여우누이'편에서 첫 진행을 맡은 리틀은, 세계적 명성을 갖고 있는 베테랑 뮤지컬 배우답게, 연령대와 성별, 사람과 동물 캐릭터를 넘나드는 놀라운 연기실력으로 한국 전래 동화의 재미와 매력을 한껏 재현하며 제작진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1984년 데비한 이후 '지킬 앤 하이드', '캣츠' 등 세계 최고의 뮤지컬 작품에서 활약한 브래드 리틀은, 특히 '오페라의 유령'에서 역대 최다 팬텀 역을 연기한 기록을 갖고 있는 배우로, 세계 각국 뮤지컬 팬들의 두터운 사랑을 받아왔다. '오페라의 유령' 내한 공연으로 2005년 한국을 처음 찾은 이후 현재는 한국에 정착하여 공연뿐 아니라 어린이 뮤지컬 교육에 힘쓰고 있다.
개인 공연 일정 등으로 프로그램에 뒤늦게 합류했지만 연말까지 다양한 전래동화를 섬세하고도 개성있는 목소리 연기로 전 세계인들에게 소개할 적격의 진행자로 높은 기대를 모으고 있다.
KBS 월드라디오가 지난 6월 1일부터 방송하고 있는 <글로벌 오디오북 - 옛날 옛적에>는 한국의 대표적인 전래 동화 30편을 엄선, 한국어와 10개 외국어(영어, 중국어, 일본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인도네시아어, 베트남어, 아랍어, 러시아어)로 번역, 외국인 방송인들이 구연하는 형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콩쥐팥쥐, 혹부리 영감, 호랑이와 곶감 등 한국인들에게 익숙하고 정감 있는 동화를 통해 한국인의 전통 문화와 고유한 정서를 세계인들에게 알릴 수 있는 신한류 콘텐츠로 외국인 청취자들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글로벌 오디오북 - 옛날 옛적에>에서 외국어로 구연된 동화들은 KBS 월드라디오 홈페이지에서 다시 듣기가 가능하며, 네이버 오디오 클립 등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계획 중이다.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해님 달님’, ‘금토끼 은토끼’, ‘선녀와 나무꾼’ 등 대표적인 전래동화 10여편의 줄거리를 혼합해 새로운 이야기로 탄생시킨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출간됐다.
북랩은 전래동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을 내세워 인간 문명을 들여다보고, 인간이 세운 선과 악의 기준을 해체하여 재해석하는 등 기발한 상상력을 담은 진상현의 ‘전래동화에서 만났던 그때 그 동물들’을 펴냈다.
이 우화는 환경 오염으로 인해 인간들이 다른 행성으로 이주한 뒤 남겨진 동물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주인공 레아 더치 집토끼는 바로 며칠 전까지 인간과 함께 생활해온 애완동물이다. 때문에 자신을 키워준 인간과 집 내부에 대해서만 알 뿐 집 밖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한다. 이처럼 자신을 보호해주는 울타리 속의 세계만 알고 있는 레아 더치 집토끼는 이제 막 사회로 나온 인간이라 할 수 있다.
세상으로 나온 레아 더치 집토끼는 쑥과 마늘만 먹으며 100을 버텨야 하는 시련을 겨울잠이란 편범으로 이겨낸 곰의 행동에 분노하고, 인간 남매와 대화하려고 했지만 그 마음을 알리지 못해 하늘에서 떨어져 죽은 호랑이를 보고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또한 욕심 때문에 금도끼와 은도끼를 들고 도망친 나무꾼과 그 형제들의 말로를 지켜보는 등 다양한 전래동화를 오가며 그 안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달한다.
저자는 레아 더치 집토끼의 경험을 통해 인간의 문명이 발달한 과정을 보여줌과 동시에 절대적인 정의나 악이 없음을 보여준다. 야성을 잃고 굶주림과 약탈 속에서 생활하던 애완동물을 위해 전쟁에 나섰던 전쟁 영웅이 승전 이후 귀족과 노예 계급을 만들고 동물들을 통제하는 독재자로 변해가는 모습,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협력하고 있던 호랑이 집단과 곰 집단이 한 번의 기회를 잡기 위해 서로를 공격하던 모습, 지구를 찾아온 인간을 구하기 위해 함께 행동했던 거북이가 생존을 위해 레아 더치 집토끼 본인을 팔아넘기려 했던 모습 등 누구든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지만, 그것을 남에게 강요하는 순간 더 이상 최선이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절대적인 가치가 과연 있는가. 만약 있다고 해도 그것을 남에게 강요해도 되는 것인가.”
저자는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어린 시절에 읽었던 동화를 통해 청소년이나 일반인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집필했다”며 “사람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미래를 결정해가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출간 이유를 말했다.
저자 진상현은 현재 영월우체국 영업과장으로 근무 중이며, 저서로는 ‘신과의 만남 전쟁의 서막 상 · 중 · 하’, ‘우체국 사람들, 어머 공무원이었어요?(공저)’가 있다.
북랩 개요
2004년에 설립된 북랩은 지금까지 2700종이 넘는 도서를 출간하며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맞춰 새로운 출판 패러다임을 추구하고 있다. 출판 포털과 주문형 출판장비(POD)를 보유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유익한 콘텐츠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책을 출간할 수 있고 원하는 독자층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퍼블리싱 서포터스(Publishing Supporters) 기업이다.
건국대학교 캠퍼스타운 사업단과 한국반려동물아카데미는 4월 6일부터 수의사와 인문학자들을 초청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행복한 삶’을 주제로 온라인 강의 ‘동행’을 진행한다.
4월부터 6월까지 두 달간 진행되는 이번 프로그램은 총 9개의 강좌가 개설되며, △반려견 법률 상식 △반려동물과 인간과의 관계 △반려동물의 먹거리 △팬데믹 질환과 동물 △내 이웃의 동물들과 공존하는 법 △반려동물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법 △반려동물 건강 관리 △문학과 반려 문학 등이 있다.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비롯해 다양한 전공의 강사진이 강좌별로 2~4회씩 총 25회의 강의를 진행한다.
모든 강연은 줌(Zoom)을 통한 실시간 비대면 강의로 진행되며, 수강 신청은 선착순으로 마감한다. 신청을 원하는 인원은 KU캠퍼스타운 사업단 블로그 내 신청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2019년 건국대학교가 주관한 반려인문학 '동물과 행복하게'이 진행되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존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반려인문학 강의를 정리해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반려인문학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세 번째 소주제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을 소개한다.
고경선 강사는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에 대해 ▲ 영화 '고양이 케디' :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공존 ▲ 고양이의 죽음 - 공존의 실패와 가능성 탐색 ▲ 죽음에 대한 예우와 윤리성의 회복 등으로 나누어 설명했다.
▶ 영화 '고양이 케디'
'케디'는 터키어로 고양이라는 단어라고 한다. 영화 고양이 케디에서는 터키 이슬람블에서 인간과 공존하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사람과 함께 거리를 활보하는 고양이들, 한가로이 낮잠을 청하는 고양이들의 모습... 우리의 수도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다.
고경선 강사는 영화 속 고양이들의 모습과 함께 다음과 같은 해석을 해주었다.
△ 동물에 대한 사랑은 인간에 대한 사랑과도 연결된다. △ 약하고 소외된 생명에 대한 책임 △ 길거리 동물들이 겪는 문제와 사람이 겪는 문제는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
무함마드 알리와 그의 고양이 무에자에 관한 일화를 통해, 인간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태도에 대해 설명했는데, 그 태도는 일화 속에 나온 말이 잘 표현해주고 있다. "내세에 물 한 잔이 없어 괴로워하기 싫다면 건드리지 마세요"
▶ 고양이의 죽음 - 공존의 실패와 가능성 탐색
고양이의 죽음에 대한 내용에 대한 설명은 황정은의 단편소설 '묘씨생'과 박덕규 단편소설 '고양이 살리기' 등 두 권의 책에 대한 설명을 통해 해주었다.
황정은 '묘씨생'은 살묘/혐묘 모티프를 통한 인간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몸'이라는 이름의 공고양이와 '곡씨노인'이라는 가장자리 인간의 모습을 통해 사람들이 고양이와 이 노인에 대해 갖는 공통적인 생각은 '불쾌함'이라고 소설은 말한다.
'캣맘과 캣대디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삐뚫어진 시선, 그 시선 역시 인간중심적인 불쾌함에서 기인한 것이 아닐까?'라고 고경선 강사는 말한다. 다음은 소설 속에 묘사된 이와 관련한 내용이다.
'바닥이나 계단이나 어쨌거나 사람들의 발 높이에 놓인 접시에서 음식을 건져 먹고 사는 이 노인을 두고 상인들은 불가사의한, 자기에게도 그런 인생이 가능하다고 말하기가 불가능한, 성가시게 하거나 해를 끼치는 것이 없는데도 불편한, 이유를 모르게 불쾌해서 불쾌한, 불쾌 자체라고 수근거렸다."
묘씨생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다섯 번의 생을 산 고양이로 등장한다. 각 생에서 고양이 '몸'이 만난 고양이와 사람들의 모습... 소설은 그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가에서 만나게 되는 내 동족들은 초조하고 신경질적인 경우가 많았다. 일상적으로 위협을 겪고 있는데다 대개는 제대로 먹지 못해 배가 빈약하거나 지독한 것을 먹어 배가 부풀어 있었다... 그런 모습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보니 그것이 보통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세상 고양이란 모두 그 정도는 각박하고 허기진 얼굴을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이야말로 우리의 훌륭한 천적이었다. 무엇보다도 이 몸 다섯 차례의 죽음 가운데 던져지거나 머리에 무언가를 맞거나 되게 걷어차이는 등 적어도 세 차례의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인간에게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고양이에게 천적이 없다는 불평이란 자신들의 기질과 적의를 과소평가하는 우스운 이야기일 뿐이다."
길고양이의 모습과 우리 인간의 모습... 다섯 번이나 생을 사는 고양이 눈에 비춰진 그 모습... 미안하고 또 미안한 생각이 든다.
박덕규 단편소설 '고양이 살리기'에서는 고양이를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 작품은 고양이 생명 구하기를 통해 그들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
어느날 집을 나서다 마주친 길고양이, 그런 길고양이의 모습을 보지 않으려고 애써 외면하려 하지만, 그 눈빛과 마주치는 순간... 소설 속 주인공은 고양이와의 공존이라고 하는 양심의 문제와 만나게 된다.
'한쪽 눈에서 이마 쪽으로 흐르는 흰 털빛이 마치 제대로 먹지 못해 핏기가 빠져 있는 어린아이의 낯색 같았다. 나는 입을 틀어막고, 뒤꿈치를 세운 발로 한쪽으로 비껴 걸으면서 고양이의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애쎴는데, 불행하게도 고개를 쳐들기 위해 용쓰는 고양이의 애절한 눈빛과 만나고 말았다.'
'아침 햇살에 눈부신 듯 바르르 떨리던 눈썹 그 아래, 나는 잠깐, 깊이를 알 수 없는 그 투명한 눈동자 속으로 끌려갈 듯 몸이 휘청햇다는 걸 나중중에야 알았다.'
보이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은 믿는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았을 때, 존재하지 않는 것이 존재하게 되었을 때, 그것을 알고도 실천하지 않는 것은 용기없는 행동이라고 고경선 강사는 말한다.
▶ 죽음에 대한 예우와 윤리성의 회복
이 부분을 설명하며, 고경선 강사는 200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추락'의 내용을 소개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백인 남성으로,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주의 정책)가 행해지던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소설은 부유한 삶을 살던 주인공의 몰락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삶의 여정 속에서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변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래는 부유한 삶을 사는 백인 남성이 바라본 동물에 대한 생각이다.
'동물에 관해서 얘기하자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친절하게 대하자. 하지만 균형을 잃지는 말자. 우리는 동물과는 다른 차원의 피조물이다. 반드시 더 높다는 것은 아니고, 그저 다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동물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려면, 죄의식을 느끼거나 보복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단순한 아량에서 그렇게 하자.'
'그들은 가구의 일부이며, 경보시스템의 일부에 불과하니까요. 그들은 우리를 신처럼 대하는데, 우리는 그들을 물건으로 취급하죠.'
'교회의 목사들은 그들에 관하여 오랫동안 토론을 하다가, 결국 그들에게는 바른 영혼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단다. 그들의 영혼은 몸에 밀착되어 있기 때문에, 몸이 죽으면 같이 죽는다는 거지.'
인간중심적 가치관과 동물을 기계처럼 생각한 가치관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의 경제적 몰락과 함께, 주인공은 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일을 하게 되는데, 그는 사람들이 동물의 사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이 지원해서 이 일을 한다.
'그는 자신이 그것에 익숙해질 것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는다.,, 그는 실제로 어느 일요일 저녁, 루시의 밴을 타고 집으로 가다가,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 멈출 수도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다. 그의 손이 떨린다. 그는 자신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왜 그는 그런 일을 택했는가?... 개를 위해서? 하지만 개는 죽어 있다. 개들이 명예와 불명예에 대해서 뭘 알 것인가? 그렇다면 그 자신을 위해서다. 그가 생각하는 세상, 처리하기 쉽게 하려고 삽으로 개의 시체를 두드리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위해.'
'지금은 그 자신이 개를 보는 사람이 되어 있다. 개 장의사, 개 혼례사, 하리잔(harijan; 인도의 최하위층 신분)'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 비가시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동물의 죽음을 목격한 주인공은 이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가장 낮은 곳에서 그들을 돌보고 있다.
고경선 강사는 소설 '추락' 속 주인공에 대해, 타인에 대한 연민과 공감을 통해 화해를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를 주제로 건국대학교 생명과학관에서 반려인문학 강의가 열렸다. 9월 24일(화) 열렸던 강의는 '반려동물의 의미', '펫로스',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 등의 내용을 통해 '동물과의 진정한 동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나 하나의 소주제들이 그 자체로도 오랜 시간 설명되고 토의되어야 할 내용들이었지만, 영화와 문학을 통해 살펴봄으로써 참석석자들의 이해를 쉽게 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주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해 준 고경선 강사께 감사드리며, 많은 사람들이 반려인문학에 함께 해 반려동물과의 동행, 공존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앞으로 이어질 강의들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인간과 반려동물의 역사(10월 1일) / 펫 비즈니스의 성장과 반려문화의 현재1(10월 8일 / 펫 비즈니스의 성장과 반려문학의 현재2(10월 15일) / 반려문화와 자본주의(10월 22일) / 혼자만의 삶 - 1인 문화시대와 외로움(10월 29일) / 시로 읽는 생명과 자연의 재구성(11월 5일) / 타자의 발견과 '느끼는' 능력(11월 12일) / 자연주의 - 생명에 대한 제고(11월 19일) / 친환경,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11월 26일) / 1인 가족시대의 반려인문학 - 돌봄과 위로(12월 3일) / 식민화된 육체와 생명의 문제 - 영화 <아일랜드> 비판적 읽기(12월 10일) / 안녕, 휴먼? 휴머노이드! -SF 소설 '꿈을 꾸듯 춤을 추듯' 속 인간과 인공지능로봇의 관계맺기 방식 / 내 이웃의 동물들 - 길 위의 고양이와 개(12월 26일)
2019년 건국대학교가 주관한 반려인문학 '동물과 행복하게'이 진행되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존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반려인문학 강의를 정리해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지난 글에 이어 반려인문학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를 살펴본다. 앞에서는 첫번째 소주제인 '이토록 다양한 가족'에 대해 살펴봤고, 이글에서는 '반려동물의 죽음 - 남겨진 자의 슬픔'에 대해 살펴본다.
보내지 못하는 마음 - 반려동물 되살리기
고경선 강사는 팀 버튼 감독이 영화 '프랑켄위니'에 대해 소개했다. 영화 속 주인공인 천재과학소년 빅터는 반려견 스파키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고, 무덤에서 스파키를 부활시킨다.
반려동물을 잃은 슬픔... 펫로스. 펫로스 증후군은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고 경험하는 상실감과 우울 증상 등을 말한다. 고경선 강사는 펫로스 증후군에 대한 설명과 함께, 영화 속 주인공이 반려견을 부활시킨 것이 과연 누구를 위한 부활인지 질문하고 있다.
자신의 반려견과 영원히 함께 같이 살고 싶은 건 모든 반려인들의 바램일 것이다. 하지만 반려동물과의 이별 역시 어쩔 수 없이 누구나 겪어야 하는 아픔이 아닐까?
윤이형 소설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대상작인 윤이형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에 대한 출판사 '문학사상'의 서평은 아래와 같다.
'... 두 반려 고양이의 삶과 죽음을 통해 완벽하게 단절되고 고립된 현대 사회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뼈저린 고독을 유려한 문장과 빼어난 감수성으로 그려낸 수작이다. 그러면서도 이 작품은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해체되어가는 결혼 제도, 부모 세대와의 단절, 취업의 어려움, 그리고 정부의 공허한 출산 장려 정책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시도하고 있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소설이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하니 먼저 환영할 일이다. 이 소설 속 주인공들은 자신들의 반려묘 두 마리의 죽음을 맞이한다. 이 소설은 펫로스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고경선 강사는 이 소설을 통해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인한 펫로스, 죽음에 대한 태도, 무지개다리의 의미 등을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 '뭐 반려동물이 죽었다고 저러지...'라는 반응을 보이며, 반려인들의 펫로스를 공감하지 못한다. 반려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반려동물이 점차 노령화되면서 펫로스에 대한 이해는 점차 반려인을 중심으로 커져가고 있다.
소설 속에 담긴 펫로스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자.
펫로스... '그 죽음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희은은 그때까지 어떤 죽음도 그토록 가깝고 강렬하게 겪어본 적이 없었다...
공감받지 못하는 슬픔... '어째서 아무 말도 해주시지 않나요? 좋은 곳으로 갔을 거라는 그 형식적인 한마디를, 어째서 해주시지 않습니까? 딱 한마디면 되는데요, 왜요, 어째서인가요?'
죽음에 대한 태도... '순무를 스톤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정민은 생각했다. 그런 식의 팬시(fancy)함으로 순무의 마지막을 둘러싸고 싶지 않았다. 그는 재를 견딜 수 없었다. 유골 가루라는 형상이나 감정이 압도되지 않고 거리를 둔 상태로 순무를 기억할 수 있었다... 따스하고 침착한 슬픔이 정민의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 정민이 오랫동안 원해온, 평온하고 고요한 애도였다.'
소설 속 주인공인 정민은 반려묘 순무의 죽음을 '평온하고 고요한 애도' 형태로 맞이한다. 그것은 형상이나 감정이 압도되지 않고 거리를 둔 상태로 순무를 기억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정민은 생각한다.
고경선 강사는 펫로스와 관련 리타 레이놀즈의 '펫로스 : 반려동물의 죽음'이라는 책을 소개했다.
"나는 내 동물 친구들의 영혼이 삶이라는 여행을 지나 새로운 여행을 계속하고 있음을 알고, 우리의 관계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압니다. 죽음은 단지 일시적인 헤이짐일 뿐이지요. 죽음을 두려움으로 받아들이면 그 안에 사랑이 있을 자리가 없어집니다." - 리타 레이놀즈 '펫로스 : 반려동물의 죽음' 중에서 -
반려동물이 죽으면 무지개다리를 건넌다고 말한다.
[위키트리] '무지개다리'라는 표현은 1980년대에 미국 혹은 영국에서 만들어진 저자 미상의 시에서 가져온 말이다. 이 시에서는 천국과 지상을 이어주는 무지개 다리가 있는데 어떤 사람에게 사랑받던 동물은 죽으면 항상 먹을 것이 있고, 따듯하며, 다시 젊어지고, 건강해지는 초원으로 간다. 이 동물들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뛰놀지만 자신을 아껴주던 주인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그리고 마침내 주인이 죽으면 만나서 함께 무지개 다리를 건너 천국으로 가며 다시는 헤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리타 레이놀즈의 책에 나온 '우리의 관계가 죽음으로 끝나지 않음을 압니다.죽음은 단지 일시적인 헤이짐일 뿐이지요'라는 말처럼, 반려동물의 죽음을 일시적인 헤어짐으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반려인들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실제 펫로스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단지 이성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말, '펫로스'... 고경선 강사는 강의를 통해, 펫로스의 아픔을 공감하는 자세, 반려동물의 죽음을 일시적인 헤어짐으로 바라보는 태도 등에 대해 말하고자 했다.
반려인문학 '문학과 영화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펫로스 역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동반'의 한 과정일 것 같다. 첫 번째 소주제 '이토록 다양한 가족'이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펴봤다면, 두 번째 소주제인 '반려동물의 죽음 - 남겨진 자의 슬픔'은 펫로스의 의미를 살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2019년 건국대학교가 주관한 반려인문학 '동물과 행복하게'이 진행되었다. 사람과 동물이 모두 행복한 공존을 생각할 수 있었던 반려인문학 강의를 정리해 연재한다. - 편집자 주 -
9월 24일(화), 건국대학교 생명과학관에서 고경선 강사의 반려인문학 강의가 있었다. 이날 강의의 주제는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였다.
먼저 강의 소개를 살펴보자.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러 문학과 영화를 통해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라는 서사구조는 다채롭게 소개되었다. 복잡하면서도 강렬하게 와닿는 그들의 모습은 때로는 친근하고 다정한 가족으로, 때로는 나의 생활을 위협하는 불편함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그 속에서 직면해 있는 현실적 문제를 포착할 때 우리는 진정한 '동반'이 무엇인지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고경선 강사는 3개의 소주제 '▲ 이토록 다양한 가족 ▲ 반려동물의 죽음, 남겨진 자의 슬픔 ▲ 보이지 않는 삶의 영역' 등으로 나누어 강의를 진행했는데, 이글에서는 '이토록 다양한 가족'에 대해 소개한다.
이토록 다양한 가족... 반려동물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살펴봤다. △ 가족이란 무엇일까? △ 로봇도 반려동물이 될 수 있을까? △ 빗나간 동물 애호 등의 내용은 오늘날 우리에게 있어 반려동물은 어떤 의미를 주는지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었다.
▶ '가족이란 무엇일까?'
영화 '내 동생'과 박흥식 감독의 단편영화 '가족'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이 가슴에 와닿았다.
영화 '내 동생'에서는 어른들이 바라보는 강아지, 고양이는 동물 그 자체이지만, 어린이들은 마치 친동생처럼 반려동물을 바라본다는 걸 보여주었고, '가족'에서는 반려견의 입장에서 모두가 집을 비운 시간에 행동하는 반려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엄마의 출산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시골에 내려가 지내야만 하는 반려견, 모두가 집을 비운 사이 혼자 있는 반려견의 모습... 우리가 반려동물과 지내면서 놓치고 있었던 부분들을 영상은 보여주었다...
▶ 로봇도 가족이 될 수 있을까?
고경선 강사는 아이보 관련 영상을 보여줬는데, 그 내용은 '로봇 강아지 아이보의 합동 장례식'에 관한 것이었다.
아이보는 1999년 시판된 이후 2006년에 생산과 판매가 중단되었었다. 이로인해 부품 공급이 중단되어, 사람들은 수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보와 함께 하던 사람들은 '수리'가 아닌 '치료'라는 말을 사용했고,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 아이보를 위해 합동 장례식을 치뤄준 것이다.
또 다른 영상에서는 아이보와 함께 생활하는 한 사람의 내용이 담겨있었다. "옆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영상 속 여자의 얘기...
"로봇도 반려동물이 될 수 있을까요?"라고 고경선 강사는 질문한다. 글쎄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한가?
▶ 빗나간 동물애호
이기영의 소설 '묘양자'에 담긴 동물애호에 관한 내용을 살펴봤다. 묘양자는 '고양이를 양자로 입양한다'는 의미이다.
소설 속 주인공 김중호와 마님(주인 내외)은 회사를 경영하는 부유층이며, 소설에 등장하는 고양이는 '애기'이다. 주인공들은 애기를 특별히 사랑한다거나 의미가 있어서 양자로 입양한 것이 아니다. 사람을 양자로 들이면 돈을 뜯길 위험이 있어 동물을 양자로 들인 것이다.
주인공 내외는 집안 하녀 '삼월'과 노동자들을 시켜 돌보게 한다. 삼월과 노동자들은 어찌보면 고양이 '애기'보다도 못한 대우를 받는다. 소설의 끝은 '애기'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하지만 주인공 내외는 그 죽음에 대해 슬픔 따위 감정은 느끼지 않는다...
소설의 내용을 들으며, 실제 그런 류의 인간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 한켠이 씁슬했다. 부의 상징, 권력의 상징쯤으로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그런 류의 사람들... 현대는 거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윤추구를 위한 수단으로 반려동물을 생각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1932년에 쓰여진 소설이지만,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본성을 꿰뚫어보고 있는 것 같아 조금은 낯이 뜨거워졌다. 코미디나 개그로 이 내용을 패러디한다면, 아마 그 웃음속에 날카로운 가시가 우리네 현대인들의 마음을 찌를 것만 같다.
건국대학교 반려인문학 '영화와 문학으로 보는 진정한 '동반'의 의미'... 우리에게 반려동물이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짧은 시간을 통해 물어보고 있었다. 우리의 가족인 반려동물, 우리는 반려동물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을까?
진정으로 그들을 이해함과 동시에 반려동물과 관련한 주변 환경도 함께 고려하고 깊이 배려하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