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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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케어, 안성 풍산개 마을 현장 조사

글/사진 동물권단체 케어 (페이스북)

 

케어의 J 이사 등 활동가 4명은 수요일인 지난 14일 안성시에 위치한 풍산개 마을을 다녀왔습니다. 한 방송 뉴스에 보도가 된 이후 크게 논란이 된 동물학대 사안을 조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초 방송에서는 ‘어린 풍산개들의 무리한 산책이 동물학대’라는 것과 이를 ‘체험이라는 명분으로 가장하여 동물보호법 상 금지된 동물 대여 사업을 하는 편법행위’ 라는 점을 강조하며 짤막한 현장 영상을 촬영하여 보도하였습니다. 방송보도와 해당업체 홈페이지를 보더라도 영리적으로 동물을 이용해 체험사업을 한다는 사실만큼은 명백해 보였습니다.

 

케어는 동물보호법 상 동물 대여행위는 금지된 것이기에 현장 안에서 잠시 체험이라는 명분으로 대여해 주는 편법적 행위라 할지라도 이러한 분위기들이 확산되지 않도록 이 사안을 동보법 위반 행위로 고발하고자 하였습니다.

그러나 고발에 앞서 십년 이상이나 지속되어 온 사업, 최소 수 만 명 이상의 시민들이 체험을 하고 돌아갔다는 그곳에서 크든 작든 동물을 괴롭히는 학대 행위가 백주대낮에 버젓이 일어났다면 왜 그동안 단 한 번도 동물단체들에 제보가 들어오지 않았는가라는 점과 동물단체들 사이에서도 전혀 아는 바도, 논의된 바도 없었다는 점이 케어로서는 의문이었습니다.

 

또한 최근 보도 이후에 많은 반려인들이 공분하여 청와대 청원까지 올라가고 관련 지자체 홈페이지 서버가 마비될 정도로 민원이 쇄도하는데도 이후 현장 조사를 다녀온 동물단체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케어는 더 이상 이 사안을 방송 보도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혹여 더 있을 수 있는 문제점을 찾아내기에는 현장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미 방송에 보도되어 일정 부분의 문제들이 비공개될 수도 있기에 제대로 조사가 어려울 수 있는 한계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현장을 보지 않고 방송만으로 동물단체들이 결론을 내리기에는 부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그간의 케어의 조사 경험에 기대어 불시에 접근해 많은 공간들을 살펴보고 개들의 상태를 관찰하고 또 면담 등을 통해 다각도로 질문한다면 좀 더 다른 문제점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현장에 도착하니 체험사업은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였습니다. 케어가 도착하고 얼마 후, 안성시청의 공무원들도 케어와는 별도로 현장에 나와 약 한 시간 정도 조사와 면담을 하고 돌아갔습니다. 현장에는 어린 강아지들 5마리 정도가 비교적 넓은 펜스 안에서 놀거나 자고 있었고 교대로 3-4마리 개와 강아지를 데리고 직원들이 바깥 산책로를 걸어 다니며 산책을 시키고 있었습니다.

케어는 풍산개 마을 대표자 2인과 약 2시간 이상의 긴 면담과 구석구석 현장 조사를 통해 여러 가지를 파악하였고, 이에 다음과 같이 정리된 사항을 알려 드립니다. 결론적으로 케어는 개 산책 체험 영리사업의 완전하고 영구적인 중단과 공익적인 사업으로의 전환을 요청하였습니다.

업체 측에서는 ‘방송에서 우리의 사업 취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안타깝지만 어찌 되었든 물의를 일으켜 마음 불편한 모든 분들에게 송구하며 체험이라는 이름 하의 영리사업을 하지 않겠다’ 는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또 공익적 사업모델로 수익구조를 만들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할 것이며 이를 동물단체의 지속적 자문과 모니터링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전환해 나가겠다는 약속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케어의 조사 결과입니다.

 

1. 개들이 있는 환경과 건강상태, 번식, 사업구조

사업구조 및 동물의 환경

 

안성에 풍산개 마을을 만든 현 대표의 아버지는 토종견인 풍산개에 대한 자부심이 남 달라 풍산개 혈통을 보존한다는 목표로 약 25년간 번식과 분양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이 풍산개들을 이용해 지역 특화 관광사업으로 만들겠다는 뜻으로 농림부 및 안성시에 지원을 받으며 체험사업으로까지 확장하게 됐습니다.

 

현재 종견들은 약 30여 마리의 개체수로 유지되고 있었는데 300평 남짓 되는 공간에서 30여 마리의 풍산개들이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개농장이나 지자체 보호소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뜬장의 형태는 없었고, 실내 공간과 넓은 운동장이 연결된 구조에서 특성 별,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뛰어 놀고 있어 개들의 건강상태도 좋아 보였습니다.

 

케어의 입장

 

그러나 케어는 경제적 필요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한 개들의 혈통 구분을 반대하며 이는 또하나의 종차별로서 우리 사회가 지양해야 할 것으로 캠페인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풍산개마을 대표가 아무리 혈통보존이라는 목적으로 개들을 번식시킨다고 하여도 1년에 분양되는 마리 수가 100여 마리나 된다는 것은 국내에서 무책임한 반려인들과 유기견을 양산하는데 일조하는 것으로 케어에도 진도나 풍산개의 혈통이 있는 개들이 학대로 인해 구조가 많이 되고 있고 구조된 이후에는입양도 불가능한 현실을 알려 주었습니다.

 

또 대형견들이 처한 국내의 심각한 상황을 설명하고 개농장과 도살장에도 진도와 풍산의 혈통들이 넘친다는 것을 케어의 현장 구조 사진들을 보여 주면서 강조하여 앞으로 이러한 번식을 그만할 것을 요청하였습니다.

 

업체 측 입장

 

업체 측은 풍산개들에 대해 특별한 애착으로 매우 아끼며 건강하게 길러 왔고 엄격하게 분양을 보내고 또 파양되는 개들도 받아주어 지금까지 길러 왔지만 국내의 그러한 현실에 이 풍산개들도 한 몫 했다는 점을 몰랐다며 앞으로는 번식 또한 지금처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약속하였습니다.

 

이 부분은 세심한 진행과 변화가 필요한 사항이라 지속적으로 케어와 만나 사업전환을 고민하며 의논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업체 측은 성견들은 종견으로서의 가치가 떨어져도 단 한 번도 다른 곳에 팔지 않았고 죽을 때까지 길러 왔다고 재차 강조하였습니다.

 

 

2. 체험에 이용되던 강아지들의 나이, 마리 수, 산책시간 등의 원칙

업체 측 입장

 

당초 분양을 하는 강아지들에게 입양자와 잘 맞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였고 풍산개의 특징과 반려인들이 알아야 할 사항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던 것이 이후 산책 체험 사업으로 확장되었다고 설명합니다.

 

강아지들은 그날 컨디션과 상태에 따라 산책여부가 결정되었고 일평균 1-2회 정도였으며 체험 프로그램 후 휴식시간을 반드시 가졌다고 합니다. 따라서 체험객들은 1-2시간, 최대 3-5시간까지 대기시간을 가지기도 했고 간혹 스텝 실수로 휴식시간을 지키지 못할 때가 있었지만 강아지들도 잘 쉬어야 나가서 재미있게 놀 수 있기 때문에 휴식시간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는 것입니다.

 

젊은 대표는 체험객들의 후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업이 지속되는데 문제가 없도록 다양한 의견을 모니터하며 늘 개선하도록 해 왔다고 강조합니다. 또한 미성년 자녀들은 줄을 잡을 수 없고 강아지를 안을 수도 없게 교육하였고, 잘 때는 건드리지 않도록 안내하였다고 합니다. 리드줄은 강아지 앞이 아닌 옆 혹은 뒤에 서서 강아지가 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도록 교육하였고 운동장에 간식을 뿌리고 노즈워킹도 할 수 있도록 하였다고 합니다.

 

이는 방문객들의 블로그를 봐도 나오는 것으로, 강아지들이 두 시간 이상 걷지 않게 했고 물을 충분히 급수하도록 했으며 도중에 잠을 자거나 휴식시간을 지키게 했다는 것입니다.

 

케어의 입장

 

보통의 반려견들도 산책 시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단 하나의 장면만으로는 동물들을 강제로 산책시키며 학대한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업체 측의 주장에서도 일견 문제로 보이는 것은 어린 강아지들에게 두 시간의 산책은 무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케어도 입양센터를 운영한 적이 있어서 입양 센터 내 개들을 하루에 여러 차례 산책을 시켜야 하기에 봉사자 프로그램을 만들어 산책봉사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봉사자들이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개들과 산책하던 경험들을 토로한 경우도 있어서 보는 관점에 따라 이러한 장면들이 불편해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줄을 끌고 안 끌고의 단순한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어린 강아지들의 적정한 운동 시간, 그리고 영리행위로 이 사업이 지속되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 즉 산책체험이라 하더라도 수익구조로 벌어지는 이 사업이 대여행위로 보기에 무리하지 않다는 것과 이 사업이 존속되며 유사 사업들이 난립할 수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할 것입니다.

 

 

케어는 이 점을 강조하며 다시 한 번 체험영리사업의 완전한 중단과 성숙한 반려견 문화와 다양한 동물 종에 대한 현실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리며 동물권 확장을 위해 더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상호 협력해 나갈 것, 그리고 번식을 지금처럼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하였고 업체는 이 모두를 받아들이겠다고 약속하며 풍산개 번식에 대해서도 명맥만 유지하는 선으로 최소화하기로 하였지만 이 부분은 앞으로도 동물단체와 재차 만나 협의하기로 하였습니다.

 

업체 측은 마지막으로 방송에서 강아지들이 힘든 상태로 보인 부분에 대해 업체에서 좀 더 세심한 관리를 하지 못했음을 반성한다고 전해 왔습니다.

끝으로 케어는 한 언론사 기고글에 올려진 사진 중 풍산개들이 썰매를 끄는 사진은 무엇인지 질문하였습니다. 업체측은 약 15년 전 한국 슬레독 연맹과 함께 기획했던 프로젝트로 평창 올림픽 때 입장하는 독스포츠로 기획하였던 것인데 10여년전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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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

케어 2기를 열며

이글에서는 지난 9월 동물권단체 케어(CARE) 대표로 선임된 김영환 대표가 페이스북을 공개한 글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

 

올해 2월, 서강대학교 독일법연구회(최정호 발제자)와 공동으로 세미나 진행한 김영환 대표 

 

지난 9월 케어 대표로 선임된 김영환입니다.

케어 회원님들께 인사드립니다. 또한 동물의 고통에 반대하고 동물의 자유를 지지하는 모든 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케어는 지난 18년 동안 동물보호운동의 최전선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였습니다. 개농장 및 도살장 폐쇄 활동과 대규모 구조는 케어의 상징처럼 됐습니다. 2006년 케어가 해결한 장수동 개지옥 사건은 이름뿐이었던 제정 동물보호법을 15년 만에 전면 개정시켰고 동물보호감시원제도와 피학대동물 격리조치 등을 만들어냈습니다.

 

2011년~2012년에는 추적, 잠입을 통해 개식용 산업에 대한 전국 규모의 현장 실태 조사를 실시하였고, 서천에서부터 시작하려던 개고기 축제도 케어가 현행법을 넘어선 적극적인 활동으로 취소시켜 중국의 율린과 같은 축제로 번졌을지 모를 일을 막았습니다.

 

국내 첫 전국 규모의 지자체 보호소 관리 실태에 대한 조사와 폭로는 지자체 보호소 시설 및 운영기준을 법령에 넣는 성과를 낳았고, 이후 동물유기에 대한 꾸준한 조사와 정책 요구활동은 유기행위자를 형벌에 처하도록 하였습니다.

 

애니멀 호딩의 문제를 가장 먼저 사회에 알리고 지금까지 500마리가 넘는 동물을 호더로부터 구조하였으며 실효성 있는 규제안을 제안하였습니다. 알려지지 않았던 공혈견 실태를 처음 폭로하였고 ‘펫샵’의 메카에서 국내 첫 입양센터를 열었으며, 개들에 대한 무분별한 입마개 정책을 저지하는데 큰 역할을 하였습니다.

 

소, 사슴, 흑염소, 기러기, 악어, 말, 당나귀 등을 구조하고 실험동물 등 다양한 동물들의 삶의 실상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관련법을 개정하려는 활동을 했으며 크루얼티 프리 패션쇼, 채식식당과 채식 버거 전문점을 여는 등 동물권을 위한 대안 모델을 제시하였습니다.

 

재난 동물 구호활동을 하였고 10년 이상 가축 전염병 발병 현장을 돌며 살처분 현장을 감시하고 영상으로 생매장 실태를 전 세계에 폭로하여 포유동물에 대한 생매장을 사실상 금지하는 성과를 냈으며, 찾아가는 초, 중, 고 동물권 교육을 진행하고 케어교육센터를 설립하여 정기 교육 이수자를 양성하였습니다.

 

 

김영환 대표는 매월 동물법비교연구회 모임을 통해 동물의 권리와 복지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런데 지난 18년간 동물들의 삶은 나아졌을까요?

 

식용견 산업을 금지하는 법은 여전히 제정되지 않고 있고, 고통스럽게 살다가 도살되는 가축의 숫자는 계속 증가하여 이제 도축되는 동물은 1년에 11억 마리가 넘습니다.

 

실험으로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증가하고 그들이 겪는 고통의 강도는 점점 더 심해지고 있으며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서식지의 파괴는 야생동물을 멸종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저명한 동물법학자 스티븐 와이즈는 미국의 학대금지법 50년 역사를, 동물학대에 대한 벌칙은 강화되었지만 법이 적용되는 범위는 계속 줄었다고 요약합니다. 그런데 법 적용에서 면제되는 영역이, 대규모로 학대가 일어나는 축산업 등 산업에서의 학대이기 때문에 한 마디로 동물의 상황은 악화되었다고 평가합니다.

 

케어가 활동했던 지난 18년간 우리나라 동물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물들의 삶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케어는 몸이 깨지도록 분투하였으나 동물들이 처해진 상황은 전반적으로 보면 오히려 악화되어가고 있습니다. 상황을 돌리기 위해서는 동물운동이 지금보다 훨씬 강력해져야 합니다.

 

동물운동이 강력해져야만 정치가, 관료, 언론인, 지식인들이 동물을 이용하는 산업의 이익보다 동물의 이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 그렇게 되어야 법이 산업에 개입하게 됩니다. 동물운동이 강력해지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동물운동 내에 헌신적이고 지혜로우며 유능한 활동가들이 양산되는 것입니다. 그들의 선두에는 동물들이 고통을 겪는 현장에서 학대자와 맞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케어는 동물의 고통에 반대하고 동물의 자유를 지지하여 행동하는 활동가들을 배출해 내고 사회 곳곳에서 이들이 동물해방의 방향으로 세상을 움직여 나가는 그물을 구축하겠습니다.

 

저는 케어의 대표로서 ‘동물해방을 위한 활동가들의 공동체’를 제2기 케어의 비전으로 제시합니다.

 

과거 케어는 동물학대의 현장을 폭로하고 동물을 구조하며 동물 캠페인을 전개함에 있어서 누구보다 앞장섰습니다. 그에 비하여 단체의 관리라는 측면은 취약하였습니다. 안락사 관련한 거짓말은 그 한 예입니다. 박소연 전대표가 사과하였고 그 후임 김경은 전대표도 사과하였지만 회원들 및 사회와의 신뢰를 손상시킨 이 심각한 문제에 대해 저 또한 사과드립니다. 저는 더 나아가 이러한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토양이 되었던 관리적 결점을 찾아내고 해소하겠습니다.

 

이제 케어는 2019년 이후의 혼란을 정리하고 혼란 전보다도 더 도약하여야 합니다.

제2기 케어를 응원해 주십시오.

그리고 함께 해주십시오.

개도살을 종식하고 동물해방을 앞당기는 케어가 되겠습니다.

 

김영환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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