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호펫 단상] 도그랜드, 한국의 티어하임이라 했는데...

군산 도그랜드에서 열렸던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저녁 음악회'

 

2019년 10월 19일, 2년 전 오늘 군산 도그랜드에서 제1회 반하자 페스티벌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저녁 음악회'가 열렸고, 음악회에는 국회의원, 도의원,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해 음악회를 함께 즐겼다. 

 

동물보호소에서 음악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필자 역시 음악회를 관람했었고, 당시 도그랜드에서 열린 뜻깊은 행사 보며, 무척이나 흐뭇해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이자 한국의 '티어하임'이라 불리던 군산 도그랜드가 보호소를 대표하던 한 사람으로 인해 질타를 받고 있다. 

 

 

2년 전 방문했던 도그랜드의 모습

 

10월 15일(금) 이후, 탐사보도 셜록은 도그랜드에 대한 내용을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보도했다.

가짜 '유기견 대부', 위험한 심정지약 어디서 구했나
자기가 좋아서 달려오는 개에게 주사기를 꽂았다
유기견 천국 홍보하더니.. 군산시, 불법 안락사는 쉬쉬

 

셜록의 보도 중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한국의 티어하임, 도그랜드... 그곳은 유기견들의 천국이 아니었다. 

군산보호소에서 몰래 개를 죽인 당사자는 '유기견의 대부'로 알려진 이정호 소장. 공익제보자에 따르면, 그는 썩시팜이라는 심정지약을 이용해 2019년 한 해에만 개 약 80마리를 죽였다. 그는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았다.

 

2년 전 음악회에서 이정호 소장을 만났었다. 당시 가볍게 인사를 했고, 관람객 앞에서 인사하는 이 소장의 모습을 봤다. 셜록의 보도에 따르면, 당시에도 이 소장은 본인이 유기견들을 안락사시키던 시기였다...


동물구조관리협회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안락사가 시행되는 장소와 사체가 보관되어 있는 장소를 본 적이 있다. 처음 이 곳으로 갈 때 필자의 발걸음은 좀처럼 옮겨지지 않았다. 그리고 안락사에 대한 생각과 감정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안락사'... 그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유기한 사람은 이 말의 의미를 두고두고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안락사하는 단체'임을 명시하고 활동하는 동물구조관리협회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적이 있다. 동물구조관리협회 구성원들은 안락사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을 마음속에 간직한 채 근무하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도그랜드의 이정호 소장의 경우는 어떠한가. 관련 법 조항이 어떻든, 자기가 좋아 달려오는 개에게 주사기를 꽂는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대구 동구청이 제안한 '반려동물 인수제'가 2021 규제혁신 우수사례에 선정되었고, 내년 12월에는 동물보호법 제14조에 개정 내용이 반영될 예정이다. 

 

보호자가 불가피한 사유로 반려동물을 돌보지 못하게 됐을 때, 지자체에 인수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 게 관련 제도의 내용이다. 

 

민간단체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동물 인수제'와 유사한 미국의 사례 두 가지를 소개한 적이 있다(반려동물의 과거와 현재 보호자를 무료로 연결하는 웹사이트, Pets Parents' Place, 반려동물 보호계획 문서화(#HomeWithRehome)' 챌리지를 진행하고 있는 비영리 웹사이트 Adopt-a-Pet.com).

 

관련 사례를 소개하면서도, 반려동물 유기에 가까운 보호자들의 행동은 물론 과거와 현재 보호자를 무료로 연결한다는 사실이 좀처럼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지만 '반려동물 인수제'가 공론화되고 있는 현재, 그 내용들이 먼 미국의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10월 16일(토),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자원봉사자들의 모임 '와카롱'이 '유기견과 함께하는 가을 음악회'를 열었다.

 

음악회 하루 전날 행사가 열리는 양주 애견카페 브루하하에 들렸었는데, 그때 행사를 준비하는 와카롱의 멤버를 만났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예전에 도그랜드에서 열린 음악회를 봤었어요. 이렇게 사설 유기동물보호소 봉사자분들이 기획하고 진행하는 행사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건넸다. 

 

2년 전 도그랜드에서 접했던 '음악회'의 추억과 의미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있었는데, 셜록의 보도를 접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안락사를 숨기지 않는 '동물구조관리협회'처럼, 안락사를 숨기지 않았다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이렇게 아프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 '한국의 티어하임'...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아픔을 겪어야 이런 곳을 만날 수 있을까.

 

농림축산식품부는 19일(화) 반려견 등록 자진신고기간이 운영된 지난 70여 일 동안, 신규 반려동물 등록건수가 18만건이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유기동물 예방을 위해 고무적인 일이 아니라 할 수 없다.

 

유기동물에 대한 문제는 법과 제도뿐 아니라 유기동물에 대한 인식이 함께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는 제2의 도그랜드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 우리 마음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는 일... 이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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